근래 인건비를 까발리거나 인원 규모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균 임금 드립이 난무하는 광경도 참으로 가관이고, 또 인원 배치가 부적합하네 어쩌네 이야기하는 광경도 가관이라 하겠습니다. 전형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프로파간다라 하겠는데, 여기에 의존할 수 없을 만큼 논리박약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선 이슈의 가장 중핵인 평균 임금 문제부터 좀 다루어 보자면, 2010년도 기준 철도공사 전체의 평균임금은 5,840만원입니다. 공시를 기준했을 때, 철도시설공단이 6,070만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6,500만원, 교통안전공단이 6,090만원, 도로공사는 6,680만원,교통연구원은 8,880만원 등이며, 언론 보도를 기준했을 때 공무원의 평균 임금은 5,150만원, 국토해양부의 평균 임금은 5,400만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공공기관 공시 시스템에 근거할때, 공공분야 평균 임금은 5,900만원이며, 이중 공기업은 6,900만원, 준정부기관 5,800만원, 기타 공공기관 5,700만원 순으로 공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절대적인 임금수준의 높음을 의미하는지는 사실 해석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평균 근속년수를 보면 이 임금 수준에 대한 평가가 복잡해지는데, 철도시설공단이 16년인데 비해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나 교통연구원의 경우는 10년 내외에 머무는데 비해서 철도공사는 19년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철도공사는 장기근속자가 수두룩한데도 임금은 다른 기관보다 낮아서, 사실상 동일 근속에서 급여가 가장 짜게 책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균근속년수가 팩터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급여체계가 기본적으로 연공급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급여 시스템을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직무급, 직능급, 성과급, 연공급 등의 개념이 있고, 대개의 기업은 이를 조합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하게 장기에 걸친 종신고용 관행이 존재했고(또 현재도 잔존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근속년수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연공급적 요소가 강한 것을 특징으로 꼽습니다. 물론, 직급에 따른 급여수준 차이가 있는 직무급이나 직능급적 개념 또한 포함되어 있고, 기업 고유의 임금 체계가 어떤지도 세부관찰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근속년수가 곧 급여의 다소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으며, 공공분야일수록 체계의 보수성이 강한 만큼 이런 경향이 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때, 철도공사의 임금은 유사 부문의 근로자에 대비했을 때 임금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고용인원 전체를 본다면(약 3,200만원) 낮은 수준이라고 하기 어렵기는 합니다만, 고용 특성 등에 대해서 검토 없이 무턱대고 고임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좀 온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더욱이 철도는 24시간 무휴로 운영되는 만큼, 교대근무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전체적인 고용 규모가 클 수 밖에 없으며, 장시간 근로, 야간 근무나 초과 근무 역시 특성상 빈번하여 임금의 법정 할증 또한 적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간 근무는 50%를 할증하고, 일일 규정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초과근무 또한 50%를 할증하게 되어 있으니, 이 부분에 따른 임금 수준의 팽창은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탈법 내지는 편법을 통해 임금수준을 낮추는 민간과 달리, 소송이나 단체협약의 제약을 많이 받고 공공부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공기업은 이런 임금 저감책을 쓰는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고임금(?) 관행을 민간으로 전환할때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는가... 이것도 미지수가 존재합니다.
임금 자체가 노사간의 교섭을 통해 보통 형성이 되게 됩니다. 이점에서 민간화 할 경우, 경직된 고용관행이 풀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이에 따라서 분명히 어느정도 임금하락 요소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임금하락은 유연화가 용이한 부문들, 즉 숙련도 요구가 낮고, 임시성이 강한 직무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몸으로 때우거나" "단순작업"의 경우만 이런 유연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철도의 직무들 중 이런 단순작업이나 몸으로 때우는 직무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철도 직무들은 별도의 자격이 설정되어 있는 특수한 숙련 직무가 의외로 많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이미 공사체제 하에서 외주가 가능한 부문은 상당부분 외주를 내 준 상태로, 민간으로 전환했을 때에 이러한 유연화의 여지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시 된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중급 이상의 숙련을 요하는 일자리의 경우, 민간화 하면서 임금수준을 낮출 여지가 있다면 고임금 관행의 해소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발생하는데, 실은 오히려 임금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일 직무 수준이라면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보다, 사기업의 임금수준이 높은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고, 이는 국가통계에서도 언급되는 사안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연구자가 누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가설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중급 이상 숙련직을 민간에서 고용하고자 할 경우, 철도공사나 구 철도청의 임금수준에 대비하여 상당한 임금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인원 확보가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식적으로, KTX기장의 경우 법적으로 철도차량 운전 면허가 필요하며, 여기에 법률 등에서 기존선 운행 경력 10만km에 무사고 운행 요건을 맞추고, 또한 일정 직위를 거쳐야만 법적 자격을 충족하게 되며, 이러한 인력은 사실상 철도공사 등 기존 회사로부터 충당해야만 하는데, 이 사람들이 공기업의 임금수준 하에서 횡적 이동을 실시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항공업계의 공군 파일럿 이직 유치도 상당한 급여 프리미엄을 제공해서 유치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고.
결국, 부분적으로 저임금 노동의 유지가 가능해진다고 하지만, 이른바 핵심적인 직무에 사용한 숙련 노동자의 확보에는 더 많은 인건비가 들어갈 거라는 가정을 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인건비 절감에 큰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소결로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이론적으로 본다면, 정부가 이러한 고용 규제를 풀어버리면 인건비 하락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그 대신 안전이라는 요소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만약 심각하게 풀어버리면, 흔히 말하는, 입직희망자가 없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 공백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어딘가에서 꿈꾸고 있는, 싸구려 인력만으로 돌아가는 철도같은 건 숫자 맞추기 위해 계수놀음한 자료 위에서나 존재하는 그런 환상이랄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잉여노동력이 많은 시대면 모를까, 인력이 모자라게 될 10년, 20년 뒤에는 거의 성립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기도 합니다.
P.S.:
인원배치의 부적절에 대해서는 실상 파악을 외부에서 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일단 여객 업무 외에 역마다 입환과 같은 화물 업무나 열차 교행이나 대피 취급, 열차 반복과 같은 운전 업무가 존재하고, 이런 걸 도외시하고서 인원이 많네 아니네를 논하는 근래의 보도는 매우 무식한 행태라 하겠습니다. 특히, 단선구간의 경우 열차 운행수가 적어도, 교행과 같은 운전취급은 복선보다 더 많아서 운전업무량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거나, 또한 대부분 오래된 시설 하에 운영하다 보니 장비의 장애나 건널목과 같은 사고 우려가 많아 운전취급역 간격을 넓히는데 어려움이 존재하기까지 합니다. 자동화율이 높음 지하철이나 고속철도와는 다른 논리의 세계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