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짤방은 바이칼 호에 운행하던 열차 페리 "바이칼" 호 입니다. 이 외에 "앙가라" 호라고 좀 더 큰 배가 있지만, 부두와 같이 찍힌 사진이 마땅치 않아서 이쪽을 올립니다. 아래 짤방은 츠가루의 세이칸 연락선 기념 선박인 하코다 마루와 그 페리 부두의 사진입니다.
작금의 해랑 건을 보고 있자면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기껏 만들어 놓은 열차를 남북관계로 인해서 써먹지 못하는, 그래서 정치적으로 까이기 좋은 짓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점에서 좀 생각나는 건, 작년 선거판에서 나왔던 열차 페리라는 떡밥입니다.
열차 페리, 혹은 철도 페리라는 사업은 지금의 카 페리를 철도 베이스로 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배의 적재실에 레일을 깔고, 여기에 차량을 굴려서 넣고 뺄 수 있도록(Ro-Ro) 하는 부두설비와 선박설비를 갖추어서, 배로 철도화차를 수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개 교량을 두기 어려운 큰 강(특히 하구부분)이나, 바다를 건너게 해서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기법인데, 사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카 페리라고 하면 자동차 페리가 아니라 열차 페리를 부르는 용어였다고 할 만큼, 지난 세기에는 흔한 개념이었습니다.
이 열차 페리는 토목기술의 발달과, 열차의 고속화, 선박의 대형화, 그리고 야드식 수송의 축소 및 컨테이너화에 맞물려서 사실 사양화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차가 빨라짐에 따라서 약간의 우회를 감수해도 그게 더 빠르고 경제적이 되어서 열차 페리편을 쓰지 않게 되거나, 또는 조차장을 거쳐 페리 선에 적재하는 것 보다 컨테이너 야드를 통해서 컨테이너선을 거치는게 더 용이하거나, 심지어는 장대교량이나 해저터널을 통해서 열차를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이런 불편함이 있는 수송을 할 이유가 없어지거나 해서 열차 페리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더욱이, 열차 페리는 무거운 철도 차량을 적재해야 하고, 또한 레일이라는 꽤 까다로운 설비를 써서 작업해야 하는 만큼, 부수되는 작업조건이나 시설 또한 매우 복잡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역할 때 오른쪽이나 왼쪽 차량을 일단 절반만 넣거나 꺼내고, 그 다음에 반대쪽 차량을 꺼낸 다음에 나머지 절반을 꺼내지 않으면 배가 기울어서 사고가 날 수 있다던가, 또 적재시에도 차량에 실린 중량을 봐 가면서 적재 순서나 위치를 세심히 계획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고 하고, 또 이런 작업을 할 때에도 중량물인 기관차가 잔교 위에 올라가지 않도록 이른바 일본에서 공차(控車)라고 부르는, 평판차 같은 걸 화차와 기관차 사이에 수 량 연결해서 작업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즉, 이 부두를 지원하기 위한 방대한 조차장 설비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적재가 끝나더라도 카페리처럼 차량의 자체 브레이크로 유지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선내에 연결기를 설치해서 거기에 접속시키고, 또 화차 차량을 와이어로 고정하는 등의 꽤 부가적인 작업도 동반된다고 합니다. 또한, 이러고서도 배 자체의 무게중심이 비교적 높게 되기 때문에 해난사고의 위험도 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런 열차페리가 발달했던 일본같은 경우에도, 홋카이도와 혼슈를 연결하던 열차 페리 5척이 1954년의 태풍에 조난해서 다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4척 전복침몰, 1척 선체파단 침몰, 사망자 총 1430명). 이때 운항규칙의 문제나, 선박 운행에 대한 판단 미스도 상당했지만, 열차 페리라는 선형의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지적됩니다. 즉, 일단 무게중심이 높은데다, 배 중간에 탁 트인 적재실이 있기 때문에 물이 들이닥치게 되면 일거에 침수가 진행되고, 또한 여기에 개구부가 많기 때문에 보일러실이나 기관실 등지가 순식간에 침수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물론, 이외에 배 자체가 전쟁기 선박이어서 설계가 나쁘고, 또 석탄을 쓰던 배였기 때문에 석탄적재구로 물이 쏟아져 순식간에 침수되는 등의 문제도 있는 등, 시대적인 이유도 있긴 하지만, 기본 구조 자체가 이런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처리량 면에서도 썩 만족스럽다고 하긴 어려운데, 아주 오래된 사례지만, 러일전쟁 당시 시베리아 철도의 바이칼 구간이 미완성 상태였는데, 사실 바이칼 호수 양 단을 연결하는 페리편이 존재한 바 있습니다. 쇄빙 페리선인 "바이칼"호와 "앙가라"호가 그것인데, 1903년에 운행할 때엔 그런대로 임시방편 수준으로는 쓸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1904년에서 1905년에 러일전쟁이 터지자 도저히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하고, 그래서 한쪽으로는 바이칼 호 연안을 따라가는 철도 공사를 촉진하면서, 한편으로 1903년에 그랬듯이, 겨울에 도저히 쇄빙운전이 안될 정도로 바이칼 호가 얼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얼어버린 호수 위에 가설철도를 설치하고 축력 견인을 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지역에서는 상당히 성행하고 있는게 이 열차페리인데, 일단 북유럽 일대가 발트해라는 비교적 양호한 내해를 운행하는데다, 유럽지역의 철도 밀도라는게 상당한 면이 있는는데다 상호간의 호환성이 뛰어난 점(UIC가 유럽에서 대두될 수 있는 것도 다 국제철도연결이 활성화되고 그만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덴마크 경유 편의 연결이 있긴 해도 독일이나 폴란드에서 쓰기엔 우회가 크다는 점, 또 전통적으로 이 바다 주변은 산업국가들이어서 원자재나 상품의 이동이 많았다는 점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도 아직까지 열차 페리가 존재하고 있는데, 대개 지형적 이점과 법규/건축물 제한 문제를 등에 업고 유지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New York New Jersey Rail이 그런 케이스인데, 무려 뉴욕에서 화물 열차 페리, 아니 화물 열차 바지(Car Floa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게, 일단 큰 강 하구에 있는데다, 우회할만한 철도들이 터널규격 부적합이나, 선구 내 화물 운송품목 제한 등의 이유로 걸리는게 많아서(유류화물이나 무개화차 화물 등) 여전히 성업중이라고 합니다.
즉 요약하자면, 위의 열거한 사고위험과 운영상의 난제에도 불구하고, 철도 호환성이 확보되어 있고, 노선상의 이점과 적절한 화종 및 물동량의 확충, 정치 및 법률적인 이해문제가 존재한다면 사업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 점에서 볼 때, 당시 언급된 한중간의 열차페리 이야기는 여러모로 음미할 부분이 있습니다. 당장에 우회거리를 줄일 수 있고, 북한이라는 매우 불안정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대상과 직접 거래할 필요 없이 중국과 연결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경제적인 문제를 부차적으로 친다면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중국과의 연결고리 확충만이 아니라, 이런 우회경로를 매개로 북한으로 하여금 철도연결 문제를 협상하는 좋은 지렛대로 써 먹을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페리 부두가 있었다면, 북한과의 협상에 목을 맬 필요 없이, 페리편으로 칭다오나 다렌 등으로 운행하고, 매우 유용한 지렛대로로 써먹을 여지까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즉, 해랑을 인천항에 풀어놓고 열심히 베이징 올림픽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면 상황이 여러모로 재미있어 질 것입니다. 물론, 지금와서는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 이상이 못됩니다만.
더욱이, 중국의 경우 산둥과 랴오둥을 연결하는 일종의 우회선 개념으로 열차 페리를 운영할 계획이 있기도 한데다, 여전히 야드를 확충할 만큼 철도 물류가 활성화되어 있고, 과거 양쯔강을 연결하는 열차 페리를 운영하기도 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인프라를 어느정도 갖추고 있기에 어떤 의미에서 국내 인프라 확충과 협약 체결만 이루어진다면 막말로 "차려진 상에 밥숟갈 올리기"를 할 여지가 존재합니다.
물론, 화물의 종류라는 문제와 항만철도망이라는 점에서는 해운컨테이너 직결수송 외엔 그 질이나 양, 연결성 면에서 허접한 우리나라 철도망을 생각하면 이것도 난제가 상당히 많기는 합니다.
당장에 항만철도가 허접하나마 설치된 항구라고는 인천 뿐이고, 군산항의 경우는 퇴적으로 인해 내항의 물류기능이 거의 작살나다시피한데다 그나마도 철도이설로 이젠 끝장나 버렸고, 목포도 철도연결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고, 평택항은 아예 인입철도 삽도 안뜬 상황이라는 점에서, 투자 소요도 많고, 또 임항선로의 정비가 이루어졌다 해도 이를 받쳐줄만한 노선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은 이런 지렛대 효과를 노리고 일을 벌이기를 어렵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밥숟갈 올리면 되는데, 밥숟갈이 수억 들어가는 물건이라는게 문제인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인천도, 기껏 있던 임항노선들도 도시화로 인해 병목이 심하거나, 아니면 그나마도 철거되어버린 구석이 있는데다, 주인선이나 수인선같은 분담 기능을 할 노선들도 도로교통과 지역주민 등쌀에 밀려 철거, 폐지되었을 뿐더러, 여기에 부수되어 있었을 여러 시설들은 다 찢어발겨놔서 이걸 회복시키는 것도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이런 임항철도망이 개판이라 물류에서 힘을 못쓴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여러 노선들이 잘 굴러가고 있고 그 기능성도 충실한 데 비하면 여러모로 안습이라고 하겠습니다.
현재라도 다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한다면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또 수인선 등과 같은 배후철도망에 화물기능을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산, 평택의 경우야 인입철도부터 시작해서 항만설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를 경유할 화물 품종도 과제인데, 원자재류나 유개화차 화물 종류같은 재래의 차급 철도화물에 초점을 맞추거나, 아니면 아예 직결수송 개념으로 택배 컨테이너 같은 것을 화물 급행열차 식으로 즉각즉각 연계 운송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배 역시도, 이전의 연구같은데서 다루다시피, 객화혼합, 여기에 자동차와 철도를 병용하는 그런 선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북한과의 철도연결과, 러시아로의 일관수송 체계 확충 같은 사업과 병행해서, 각 국가와의 연결 사업이 상호 연동될 수 있게 해서, 3개 방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지렛대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외교력으로 이런 걸 하다가는 3개 방면 모두에서 독박을 쓰거나 협상이 완전 결렬되는 병신플레이를 할 것 같아서 기대하기 매우 난망합니다만. 기본적인 스탠스를 잘 써먹는다면 몇 조원씩 시설개량비를 내놓으라고 뻗장놓는 북한이나, 입항료나 시베리아철도 운임을 가지고 낚시질을 하는 러시아를 컨트롤 할 정략적인 카드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 사업이 99년 경부터 언급되면서 정부의 실무단계에서 다루어지던 것이, 쓸데없이 대운하 떡밥에 대한 대항마 식으로 정치권에 이슈가 포섭되고 또 이게 전면에 올라오게 되면서, 사실상 정치권 풍향에 흔들리게 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로 인해서, 이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정치적 스탠스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보이게 하는, 문제의 정치과잉화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는 잘 가열된 버터감자가 되어서 앞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난망하다는게 문제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대운하 같은 산업폐기물급 개저질 떡밥과 동급 취급받게 된것이 이 아이디어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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